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그림의 힘 - 김선현

by 김억지 2024. 2. 27.

 

 와이프와 데이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 중 하나가 취향이 잘 맞는다는 점이었는데 그중에서도 둘 다 미술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유럽으로 신혼여행 중에도 엎어지면 코 닿은 거리에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있었는데 별 감흥도 못 느끼는 그림 봐서 뭐 하냐면서 방문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여행을 즐겼다.

 

 최근에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지나쳤던 그 미술관에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래도 한 번 가봤어야 했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술은 우리의 관심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예전에 읽었던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다시 읽으면서 화가 폴 세잔의 사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익숙하긴 했으나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던 그 그림이 화가가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알게 되니 마치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마치 허세인 것만 같고 부자들의 자산 축적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했던 내 짧은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미술을 알고 싶다는 욕망이 타올랐다. 서점에 가면 지나쳤던 예술 코너도 둘러보게 되고 유명한 화가들의 전기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배움의 욕망이 생겼지만 여전히 미술은 조금은 어렵고 쉽게 다가가기 힘든 주제임에는 변함이 없다. 각종 미술 서적을 앞에 두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배회만 하다가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이유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한다. 집에 들어와 책장을 훑어보는데 또 와이프의 책이 눈에 들어온다. 저 책을 왜 볼까 했던 그 책이 이제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그렇게 뭔가 딱딱한 미술책은 보기 싫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림을 감상하기 위하여 읽게 된 책이 '그림의 힘'이다.

 

 이 책의 저자인 김선현 님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미술치료 분야의 전문가로 환자들의 아픈 마음을 그림으로 치유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때문에 이 책은 그림의 배경지식이나 그림 해설서의 성격이 아닌 '치유'에 포커싱을 둔 책이다. 

 

  수천 개의 말로도 내 진짜 감정 하나를 붙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나에게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그림 앞에 서면 나의 내면이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림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뇌파로도 확인되지요. 내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특정 상황에서 이러한 그림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약간의 설명을 곁들인 수십 개의 그림을 보여준다. 사실 저자가 말하는 목적에 맞는 감정이 매번 느껴진 것은 아니지만 그림을 보는 눈이 조금이나마 확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불어 그림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편안하고 포근한 감정 때문인지 온몸의 근육이 이완되면서 다소 졸리다는 느낌도 받았다.

 

 아직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제대로 익히지도 못했고 배경지식도 전혀 없지만 이 책을 계기로 예술작품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기회를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