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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인생 - 위화

by 김억지 2024. 5. 21.

 

 다양한 국가의 외국소설을 읽어보았지만 중국소설을 읽었던 적이 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국내에 다소 덜 알려진 탓도 있겠지만 중국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나에게 있는 것 같다. 왠지 중국에서는 작가들의 작품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만 같고 그에 따라 작품의 수준 또한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까지는 중국소설에 유독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다 한 커뮤니티에서 위화 작가의 '인생'이라는 소설이 자신의 인생 소설이며, 위화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글을 읽고 난 후 서점에서 우연히 이 소설을 보게 되었는데 잠시 읽었을 뿐이지만 소설의 몰입감이 좋아서 바로 구입하였다.

 

 소설은 한 남자가 '푸구이'라는 노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시작된다. 푸구이라는 노인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가장 핵심인물인데 그가 살아온 과거의 삶을 들으면서 인생, 즉 살아가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푸구이의 삶은 '기구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부잣집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도박으로 인하여 가진 재산을 다 탕진하고, 그 이후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곁에 있는 가족을 한 명씩 떠나보내게 된다. 그런 기구한 삶을 살아왔지만 과거에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인생은 운명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운명이라는 말은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그 말을 싫어한다.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우리가 하는 선택과 행동들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저 노력하지 않는 자들의 변명 내지는 비겁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어기제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작가가 의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운명'이라는 단어가 소설의 중심에 있다고 느껴졌다. 또한 읽는 동안 기존에 내가 가졌던 운명에 대한 생각과 이 소설 속에서의 주인공이 운명을 대하는 자세를 계속해서 비교해 나갔다.

 

 그러면서 느낀점은 주인공인 푸구이는 삶의 운명적인 측면을 인정하되 결코 패배주의적인 생각으로 운명의 틀에 갇혀 삶을 살아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명이 존재할지라도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시간이 지나서는 본인이 겪었던 운명적인 일들은 마치 자신 인생의 친구처럼 여기는 푸구이의 모습은 소설의 줄거리가 가지는 재미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나에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또한 푸구이의 인생을 돌아보면 중국 역사의 크고 작은 수많은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된다. 예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책을 다 읽은 다음 이에 관한 수많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완전히 다르게 알고 있었던 부분도 새롭게 수정할 수 있었다.

 

 단순히 줄거리만 보면 한 남자의 슬픈 인생 이야기로 끝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인생의 의미와 운명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소설의 문체나 몰입감도 정말 좋아서 인상 깊은 소설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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