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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 서동욱

by 김억지 2024. 5. 23.

 

 특별히 찾는 책은 없었지만 서점을 어슬렁 거리고 있을 때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단지 책 표지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이 책을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자리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와는 달리 약간 당황하게 되었다.

 

 책의 부제로 '삶을 쓰다듬는 위안의 책'이라는 말이 있어 에세이의 한 종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연히 읽기 쉬울 줄 알았는데 책의 프롤로그가 잘 읽히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점에서 읽었기 때문에 집중이 안 되었던 이유도 있겠지만 프롤로그만 읽었을 때는 구입을 망설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에는 아직 나의 지적 수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단순히 읽기를 포기다기보다는 약간의 오기심이 생겼다. 같은 프롤로그를 두 번, 세 번 읽었다. 그제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책의 제목인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의 의미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니체 역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날씨를 바꾸고자 한다. '떠도는 구름'으로부터 '청명한 하늘'로, 그러니까 구름 뒤에 숨은 인간들을 억압하는 원리들로부터 자유로. 나는 자유와 하늘의 청명함을 푸른색 종처럼 모든 것 위에 펼쳐놓았다고 차라투스트라를 말한다. 날씨는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둠 속에서도 햇살처럼 커져야 하며, 가뭄 속에서도 그토록 좋아하는 빗소리가 울려 퍼지는 우산 아래의 원형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삶에 햇살을 찾아주는 것도, 가뭄 속에 간직된 비 향기를 기억해내는 것도 생각의 노력에서 시작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철학이 '진짜 날씨'를 바꾸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이 책 제목이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인 이유는 우리 마음속의 날씨는 철학과 생각하는 힘이 좌지우지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궂은 날씨에도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평온하게 하는 것은 '생각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책에는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주제들에 대해 저자가 가지는 철학적 시각과 의견을 담고 있다. 산책의 가치, 쓰레기에 대한 철학적 사유, 동물의 의미, 혼밥, 축제의 특성 등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저 일상 속 작은 부분이라 생각했던 부분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학창 시절 윤리 과목을 공부할 때 철학이라는 학문의 가치에 대한 의문은 항상 나를 따라다녔다. 쉽게 말해서 '이걸 왜 배우는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현대의 삶이 풍족해지고 경제 수준이 높아진 것은 온전히 과학 발전에 따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철학이라는 학문은 쓸모가 없고 비생산적인 일이라 여겼던 것이다.

 

 이제는 그러한 생각을 지우고 철학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소한 현상들에 대한 저자의 철학적 관점을 책을 통해 접하면서 세상 모든 것에 철학이 존재하고 철학은 우리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으로까지 이어진다. 다만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그저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느꼈고 단순히 귀찮게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우리 삶 속에 철학이 아닌 것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철학을 나타내는 중요한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날씨를 우리 삶과 구분할 수 없듯이 철학은 분명히 우리의 삶과 구분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새로 짓는다면 나는 '철학은 날씨다'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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