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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2인조 - 이석원

by 김억지 2024. 5. 16.

 

 책을 빌려서는 읽지 않고, 전자책은 종이책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아 반드시 구입을 해서 읽는다. 습관이라고 말하기에는 어울리지 않고 일종의 고집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는 즐거움도 있지만 좋은 책을 소유한다는 기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접어들어 독서량이 부쩍 늘었는데 이에 따라 책을 구입하는 비용이 다소 부담이 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와이프의 책장을 기웃거리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예전에는 절대 읽지 않던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다. 2월부터 지금까지 10권 정도의 에세이를 읽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중에는 정말로 읽는 것이 힘들 정도로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중간에 포기한 책도 있었고, 완독을 하긴 했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어 블로그에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은 책도 있다.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불만이었던 부분이 너무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나 예쁘지만 뻔한 말로만 가득한 책이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에세이를 읽고 무언가를 배우거나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 편히 읽으면서 작가의 말에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억지로 짜낸 듯한 감성적인 글들은 정말 읽기가 불편할 정도이다.

 

 '당신 소중해요. 당신 빛나는 존재입니다. 당신 예뻐요. 당신 있는 그대로 소중합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이런 글들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나로서는 이런 내용의 책을 읽기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멍 때리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읽은 이석원 작가의 '2인조'라는 산문집은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뻔하디 뻔한 말로만 채워진 책은 아니었다. 작가의 일상생활에서 겪었던 일과 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담담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특히 나와 생각하는 것들이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는데 평소에 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을 타인의 글로 접했을 때 기분이 약간 개운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몸과 마음을 최대한 이완시키고 별 다른 생각 없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본인의 감정들을 글로 읽어가며 따라갈 때, 내 속에 감추고 있는 솔직한 마음들이 드러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작가의 내면과 나의 내면이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다.

 

 이 책 외에도 이석원 작가의 책들 대부분이 와이프의 책장에 있다. 에세이를 읽고 이렇게 작가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가 쓴 책들을 한 권씩 탐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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