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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 김혜남

by 김억지 2024. 5. 13.

 

 같은 말이라도 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이 천차만별이듯이 책 또한 비슷한 글이라도 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울림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혜남 작가의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책을 읽었을 때 정말 인상 깊었는데 아마 글을 쓴 지은이의 삶을 알고 난 후 그녀가 하는 말이 진정성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명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던 그녀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마흔두 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것이다.

 

 

마흔 살 때의 일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몸에 이상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글씨 쓰기가 힘들어지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예전 같이 않았다. 남들이 걸음걸이가 이상하다고 병원에 가 보라고 권유했지만 난 그저 아무것도 아니려니, 조금 피곤하고 무리해서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겼다. 그렇게 2년쯤 시간을 그냥 흘러보냈다. 의사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한 짓이라니!

나는 무의식중에 나 자신에게 닥칠 위험 신호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진단을 받았고, 불치병 중의 하나로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삶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는 말이 이처럼 와닿을 수 있을까. 감히 그 삶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겠냐만은 나였다면 감당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이지만 내용이 심리학에 집중되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인생 선배로서 어떻게 하면 인생을 후회 없이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으로 구성된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 문장씩 꾹꾹 가슴에 눌러 담는 느낌으로 천천히 읽어나갔는데 그중에서도 30대에 대해 얘기하는 챕터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30대라는 나이는 참 애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분명 30대가 완전한 어른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여전히 어리고 서툰데 주변에서는 어른으로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또한 사회나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아야 하는 시기임에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면서 지금 이곳이 내 적성과 맞지 않는다고 불평을 쏟아낸다. 그렇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도전에는 나서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에서 30대는 미지의 시기이다. 그저 20대의 연장으로, 앞으로 내달리는 시간으로만 이해되어 왔던 것이다. 나 또한 의사로서, 두 아이의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딸로서 정신없이 살았고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 보니 마흔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다. 지금 내 삶의 밑받침이 되어 준 것은 바로 30대에 쌓은 경험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20대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을 정하는 시간이라면, 30대는 선택한 방향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보고 그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다. 30대를 얼마나 치열하게 사느냐에 따라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얼마나 능력 있는 전문가가 되는지 결정되는 것이다.

 

 후회 없는 삶이 과연 존재할지 의문이고 내가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이 후회 없는 삶의 기준이라면 적어도 아직까지는 잘 살고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장담할 수 없지만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면 먼 훗날 뒤돌아봤을 때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도 그러한 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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