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일단 부딪혀 보는 스타일이 있고 아니면 미리 공부를 하고 시작하는 스타일이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운데 공부를 하는 방법 중에서도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주식투자를 할 때 너무 아는 게 없어서 주식 책을 이것저것 막 읽었는데 이거 뭐 읽어도 머리에 남는 것도 없고 이걸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질문글도 올려보고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하니 공통된 의견이 '왜 그런 검증되지 않은 책을 읽느냐'였다. 즉 오랜 기간 대중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검증된 책들이 많은데 그런 책들을 우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책을 읽었으니 주식시장에 관한 '검증된 책'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그저 자극적인 제목에 이끌려 검증되지 않은 책들을 읽었던 것이다.
그런 '검증된 책'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커뮤니티에 의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이 대부분의 검증된 주식 책은 외국 서적이고 대부분은 가치투자에 관한 책이었다는 점이다. 주식을 처음 시작할 시점에는 어떠한 주식투자를 지향하겠다는 생각조차 없었기 때문에 가치투자 외에도 트레이딩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많은 상태였다. 하지만 유독 트레이딩에 관한 주식책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관되게 추천하는 책이 없었고 유독 사기꾼의 냄새가 나는 책들만 많아 보였다. 그중 '시장의 마법사들'이라는 책을 추천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구매해서 읽었는데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기록을 남기는 '주식시장의 마법사들'은 '시장의 마법사들'이 발간된 이후에 나온 책이다. 두 책 모두 잭 슈웨거라는 저자가 집필을 하였고 책의 내용 또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시장의 마법사들'에서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각종 시장(선물 시장, 통화 시장 등)에서 성공을 거둔 트레이더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런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식시장 외 다른 시장에 관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고, 선물이나 통화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책을 읽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주식시장의 마법사들' 책이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구입을 하였는데 책장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책은 주식시장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둔 트레이더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인터뷰에서 저자가 느낀 점이나 우리에게 도움이 될 교훈까지도 정리가 되어있다. 챕터 하나씩 읽으면서 트레이더들이 달성한 수익률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엄청난 수익률이 많아서 속으로 저 수익률의 절반만이라도 내가 따라 할 수 있으면 5년 뒤에는 퇴사하겠네 하는 행복한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에서 그 놀라운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투자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공한 트레이더들의 마음가짐과 행동양식 등을 보면서 주식시장에 통용되는 진리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주옥같은 내용이 많아 모두 이 글에 옮길 수는 없겠지만 인상 깊었던 내용을 일부분 남기고자 한다.
자신감은 일부러 만들 수도 없고, 바란다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감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자신감을 노력으로 얻을 수는 없을까? 물론, 이기는 트레이더의 또 다른 자질인 노력을 통해 트레이딩에 숙달되면 그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감을 갖기 전까지는 아주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성공한 많은 트레이더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특성 중 하나가 자신감이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부터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에 성공했을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철저한 자기 규율 하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겼을 것이고 그제야 그러한 자신감이 트레이딩에 좋은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공부는 하나도 안 하고 자신감만 있어서 시험을 잘 칠 수는 없다.
앞으로 10년간 미국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역발상 접근법일 것입니다. 2002년 7월처럼 공황 기류가 형성될 때는 원하지 않더라도 언제나 적극적인 매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1년이 지나 주가가 반등하고 시장에 낙관론이 다시 형성되는 것 같으면 빠져나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주변 사람들과 반대로 갈 수 있다면 좋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입니다.
주식시장은 물론 모든 재테크에서 제일 힘든 것이 역발상 접근법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 코로나가 처음 발병했을 때 주식시장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시장에 형성된 공포 분위기 속에서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가 정말 하늘이 주신 매수 기회였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당시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의 집값 상승이 있었다. 다들 각종 커뮤니티나 지역 부동산 카페의 분위기는 앞으로 영원히 부동산이 상승할 것만 같았지만 지금은 그때가 최고의 매도 적기였다고 말한다. 항상 명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은 역발상 접근법일 것이다.
일부 시스템 개발자들은 엄청난 양의 변수를 조합해 가격 자료를 대상으로 실험하고, 가장 이익이 큰 조합을 골라 그에 따라 매매를 실행한다. 동전 던지기 같은 순진한 추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트레이딩 시스템이든 충분히 많은 변수를 집어넣고 실험하면 그 가운데 일부는 어쩌다 이익을 낼 수도 있다.
현재 나는 여유자금의 대부분을 퀀트투자로 운용하고 있다. 퀀트투자에 있어 항상 논란이 되는 것이 '과최적화' 논란이다. 즉 좋은 수익률이 나올 때까지 여러 변수를 조합해서 백테스트를 하는 것인데 그 수익률이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있냐는 것인데 내가 퀀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걱정이 되고 의문이 되는 점이다. 지금 올바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퀀트투자의 백테스트는 인디언 기우제에 불과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겠지만 조금 더 신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인상 깊은 문구가 정말 많았고 트레이딩을 하려는 사람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느끼는 책이다. 트레이더들과의 인터뷰 내용 외에도 이들에게서 느낀 교훈 64가지가 책 뒷부분에 나와있는데 성공적인 트레이더들이 필수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양식들이 잘 정리되어있어 주식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가치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월가의 영웅'을 반복해서 읽는 것처럼 트레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 '주식시장의 마법사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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