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주식투자 방법이 있겠지만 크게 가치투자와 차트 분석을 근거로 하는 기술적 투자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 투자를 시작하면서 나름 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 주식투자에 있어서 가치투자가 정도(正道)라고 생각하고 차트 분석을 토대로 한 기술적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식 책 또한 가치투자에 관한 책 위주로 출간이 되고 있고 대부분의 스터디셀러 또한 가치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에 읽은 '추세매매 기법'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차트와 각종 보조지표를 근거로 하여 가치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주가의 추세를 따름으로써 수익을 얻는 추세매매 시스템에 관한 책이다. 주식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차트분석에 관한 기초서적 1권만 읽어도 책을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적 분석에 수없이 많은 보조지표들이 사용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 단순이동평균 20·50·200선
- MACD : 12-26-9일 주기
- 스토캐스틱 : 5-3일(혹은 5-3-3일) 주기
- OBV
- RSI : 5일 주기
- CCI : 20일 주기
단순이동평균 20·50·200선 : 일정한 기간 동안의 종가를 평균으로 나타낸 것
주가는 평균에서 멀리 벗어나면 평균값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는 단순이동평균선을 통해 지지영역, 저항영역을 확인하거나 현 주세의 방향과 강도를 파악할 수 있다.
MACD : 12-26-9일 주기 : 이동평균수렴확산지수
MACD는 주가의 단기 평균과 장기 평균의 차이를 나타낸다. 단기 기준으로 12일, 장기 기준으로 26일을 주로 사용하며, '9'는 시그널 선을 만들 때의 기간을 말한다. 즉 MACD를 9일간 이동평균하여 만든 선이다. 투자자는 MACD선을 이용하여 주가 추세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스토캐스틱 : 5-3일(혹은 5-3-3일) 주기 : 가장 최근의 종가와 일정기간 동안의 주가 범위 사이의 관계를 측정
특정 기간 주가의 가격 범위 안에서 현재 주가가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20선 아래로 하락하고 %K가 %D 아래에서 위로 뚫고 올라가면 매수신호가 된다. 반대로 80선을 돌파한 다음 %K가 %D 아래로 뚫고 내려가면 매도신호가 된다.
OBV : 주가가 상승한 날의 총 거래량과 주가가 하락한 날의 총거래량을 차감하여 만든 지표
주식가 상승할 때의 거래량은 매집, 하락할 때의 거래량은 분산으로 보아 추세의 힘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RSI(5일 주기) : 일정 기간 동안의 종가 상승폭 평균을 종가 하락폭 평균으로 나눈 것
RSI 지표가 70을 넘어서면 과매수 구간, 30 이하이면 과매도 구간으로 판단한다.
CCI(20일 주기) : 일정 기간 동안의 가격 상승 혹은 가격 하락을 주가 평균의 평균표준편차로 나눈 값
현 추세의 신뢰도를 확인하거나 추세전환 가능성을 예고하는 지표이다.
각 지표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는 트레이딩의 심리적인 측면도 강조하고 있다. 스윙매매나 데이트레이딩 경험이 있는 투자자는 심리적인 측면이 정말 중요하고, 또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투자를 하기 전에는 그냥 규칙을 세우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막상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그 규칙을 따른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닌 것을 느끼게 된다. 사전에 정한 규칙에 따르면 절대 물타기를 하지 않고 손절을 해야 하지만 막상 매도 버튼에 손이 가지 않는다. 왠지 반등을 해서 오를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반대로 주식이 오르고 있을 때 아직 팔면 안 되지만 발생한 수익이라도 지키고 싶은 심정에 섣부르게 매수를 해서 큰 수익의 기회를 날려버리곤 한다.
간단히 말해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성격보다 기질 혹은 정신상태가 더 중요하다. 여기에 관해서는 상세하고도 훌륭한 정보가 많으니 긴 말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하려는 말은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오랫동안 성공하는 투자자로 남고 싶다면 트레이딩의 심리적인 측면에 유의해야 한다. 두려움, 초조, 패닉, 게으름 탐욕 등 도움이 안 되는 심리상태가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견실하고 수익률 높은 추세매매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새로운 신호가 발효될 때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되는 100% 전자동 시스템이라고 해도 말이다. 어쨌거나 손을 움직이는 것도 뇌이기 때문이다.
투자의 심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책에서 '성공하는 트레이더의 열 가지 습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 모든 내용을 블로그에 옮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주식투자, 특히 추세매매와 같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매매를 끝내는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심리적인 측면이 가장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책에서 본격적인 기법을 설명하기 전에 관찰 리스트를 추출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 자체가 미국 주식시장에 맞춰 내용이 작성돼 있고, 또한 책이 쓰인 시점이 최근이 아니라 지금의 주식시장,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내용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관찰 리스트를 뽑을 때 주가, 1일 평균 거래량, 베타(종합주가지수 변동치 대비 종목의 변동치)를 기준으로 종목을 추출하라고 설명한다. 주가는 초저가주나 초고가주는 제외되도록 설정하고, 원활한 거래를 위해 적정 수준 이상의 거래량이 있는 종목으로 대상을 한정한다. 그리고 움직임이 느린 비추세 종목은 적합하지 않으므로 베타가 높은 주식이 추세매매에 적절하다. 3가지 기준을 참고하여 한국 주식시장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관찰 리스트 추출방법 외에도 시장의 추세를 판별하는 지표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20일선과 50일선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의 추세를 판별한다. 시장이 추세에 맞게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을 잡을 수 있는데, 시장의 추세를 판별하는 것은 주식투자 경험에 의해 체득되는 사항이라 생각해서 해당 부분은 가볍게 읽고 넘어갔다.
추세매매에 있어 심리의 중요성, 관찰 리스트 추출 방법, 시장의 추세를 판별하는 방법 다음 본격적인 추세매매 기법에 대해 설명한다. 상승 종목 선별법 5가지와 하락 종목 선별법 5가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일반 개인 투자자가 숏 포지션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해서 해당 부분은 스킵을 했다. 사실 저자가 책에서 추세매매의 우수성에 대해 수 차례 강조했기 때문에 기법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기법 그 자체는 사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평범한 내용이 대부분이라 실망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추세매매에 기법에 대한 접근법이나 기초 개념을 익히기에는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주식시장을 근거로 해서 쓰인 책이 아니라 해당 기법을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책에서 말하는 기법을 기초로 해서 투자자 스스로 기법을 본인 스타일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법 외에도 진입과 청산 타이밍에 관해서도 기술하고 있는데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물론 진입과 청산 타이밍도 본인 스타일에 맞게 발전시켜 나가야겠지만, 책애서 설명하는 타이밍을 기본으로 해서 소액으로 연습하다 보면 한국 주식시장과 본인 성향에 맞는 진입과 청산 타이밍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읽은 기술적 분석에 관한 책이라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추세매매 기법 자체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투자의 심리적인 측면, 투자기법에 대한 접근법, 진입과 청산 타이밍에 관해서 추세매매의 기초를 단단히 할 수 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미국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쓰인 책이라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책에서 말하는 기법을 기초로 나만의 투자 스타일을 만들어야겠다는 열망이 생기게 된다. 지금은 여유자금 대부분을 퀀트로 운용하고 있어서 일단 소액이나 모의투자로 연습을 해야겠다. 어느 정도 기법이 정립되고 나면 추세매매에 관한 글도 블로그에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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