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면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해 열띤 토론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저마다의 경험과 논리를 바탕으로 본인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어떤 사안에 대해 다수의 의견이 한 방향으로 모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 사건의 내막이 밝혀짐으로써 다수의 의견일지라도 잘못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상황이 자주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단편적인 면만 접하다 보니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특정인의 어떤 행동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이 비난하고, 흔히 쓰는 표현으로 거의 '매장'을 해버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중립기어를 박는다'는 표현 또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자동차가 기어를 넣을 때 전진기어나 후진기어를 넣지 않고 중립기어를 넣듯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겠다는 의미인데, 불특정 다수가 쉽게 군중심리에 휩쓸릴 수 있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인 팩트풀니스(FACTFULNESS)는 '사실충실성'이라는 의미인데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과 관점'을 뜻한다. 즉 세계를 바라볼 때 전진기어나 후진기어 중 하나만을 선택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중립기어를 박은 채로 각종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인 셈이다.
일단 '팩트풀니스'라는 세계관은 매우 바람직한 태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말하듯이 우리 '인간'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많은 오해를 가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 다만 우리가 그러한 태도를 가지게 된 이유가 대부분 본능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거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게 되는 본능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책의 초반부를 보면 세계의 사회과학적 현상이나 전망에 대한 질문 13가지가 나온다. 스스로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한 다음 정답을 확인해 본 결과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서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질문은 대체적으로 현재의 상황 혹은 미래의 전망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는지 아니면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항상 각종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접해왔고 아프리카나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시아에 속한 나라 대부분이 여전히 매우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관점의 보기를 골랐는데 실제 정답은 대부분 긍정적인 관점의 정답지였다.
저자는 이 13가지 질문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답을 맞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전 세계에 강연을 다니면서 수많은 집단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질문에 대한 보기는 총 3개, 그냥 정답을 무작위로 고르기만 해도 정답률은 33%가 나온다. 글자를 읽지 못하는 침팬지가 문제를 풀어도 정답률이 33%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침팬지보다 정답률이 높은 응답자는 전체의 약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이 침팬지보다도 사실에 충실하지 못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내 질문에 무척 극적이고 부정적인 답을 하는 이유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 탓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한다. 그래서 세계관이 잘못되면 체계적으로 잘못된 추측을 내놓는다. 한때 나는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이 낡은 지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조차 세계를 오해하는 걸 보면 그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악마 같은 언론이나 선전 선동, 가짜 뉴스, 엉터리 사실 탓도 아니라고 확신한다.
수십 년의 강연과 테스트 경험 그리고 사람들이 사실을 눈앞에 두고도 그걸 잘못 해석하는 방식을 관찰한 경험을 토대로, 나는 마침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서 나오는 탓에 바꾸기가 너무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을 집필하는 것을 '세계에 관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내 평생의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라고 표현한다. 책의 각 장에서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이유인 인간의 10가지 본능에 대해 설명한다. 이러한 본능으로 인하여 인간은 다소 부정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된 것임을 수많은 예시와 본인이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는데, 책을 읽다 보면 역으로 과하게 긍정적인 시각에 빠져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극빈층 비율, 예방접종 비율, 전기를 공급받는 인구의 비율 등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었다 하더라도 여전히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에 대해서는 저자를 스스로 '가능성 옹호론자'라고 한다. 수많은 팩트를 알지 못하고 부정적인 세계관을 가지는 것만큼이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세계관 또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사실에 입각하여 현재 세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괜찮은 것을 인지하게 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어떤 경로를 통해 알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지만 재테크나 자기계발 서적에서 추천하는 것을 보고 구입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본능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읽기도 했지만 재테크의 관점에서 읽다 보니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국가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서서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소비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러면서 아프리카의 몇 개의 국가를 유망한 투자처로 언급하는데 합리적인 전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여유자금이 많지 않아 국내 주식과 미국의 일부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넓혀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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