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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by 김억지 2023. 3. 20.

 

 이번에 읽은 명상록이라는 책의 저자는 로마제국의 제16대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출간을 위해 집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인 생각들은 한두 구절로 짧게 적은 문구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원제 또한 '나 자신에게'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그가 이러한 글들을 쓴 목적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 스스로 고민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글로 남기는 것이었다.

 

 책이 쓰여진 시기는 정확하진 않지만 게르만족으로 전쟁을 치르던 기원 후 170~180년으로 학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로마제국 시대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는 인문고전으로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세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책이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 또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한 책이기도 하고 인문고전을 통해 로마제국 황제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 자체로 의미있는 독서가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문고전이지만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서 같은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저자의 철학적인 사고가 깊게 베여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도 있고 중복이 되는 내용도 많다. 또한 서양 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다 보니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일단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철학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가 있어야 더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겠다고 판단을 했다. 책의 저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로마의 황제임과 동시에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인데 명상록 내용 전반에 이 '스토아 학파'의 영향이 광범위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삶과 스토아 학파의 사상에 대해 간단히 알고 책을 읽으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의 전반부를 보면 책을 번역한 박문재 님의 해제가 있는데 명상록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도 깊이 있게 정리가 잘 되어있다. 나와 같이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는 해당 부분을 여러 차례 읽고 본문을 읽기를 추천하다. 스토아 학파의 핵심 개념들 또한 정리가 되어있는데 이를 글에 옮겨보고자 한다.

 

  • 첫 번째는 미덕을 따라 사는 삶만이 행복한 삶이라고 본 것이다. 즉,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미덕이 전부라는 사상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하고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들인 건강이나 물질적인 풍요로움, 심지어 가족과 친구의 안녕조차도 행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들로 치부된다. 그런 것들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선호하는 것들이긴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가치중립적인 것들이고 인간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 두 번째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들을 가치 있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느냐와 관련된 신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사상이다. 즉, 감정과 욕망은 인간의 정신생활에서 별개의 비이성적인 차원을 형성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감정과 욕망을 윤리적으로 잘못된 신념들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정신적인 질병으로 취급된다.
  • 세 번째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익하게하고자 하는 내재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 그러한 성향은 제대로 바르게 발전하는 경우에는 가족과 공동체에 진심으로 헌신하고, 모든 사람들을 우주라는 거대한 국가의 동일한 시민들, 또는 형제들로 여기고서 따뜻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표현된다.
  • 네 번째는 앞의 세 가지와는 달리 자연학에 속한 것으로서 윤리학과 자연학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이 시대의 지식인들 사이에서의 주된 쟁점 중의 하나는, 자연 또는 우주에는 내재된 목적 또는 의미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자연적인 법칙들이나 과정들이 제멋대로 작용해서 생겨난 결과물일 뿐이냐 하는 것이었다. (중략) 스토아 철학에서는 윤리학과 자연학 같은 철학의 분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밑받침해 준다고 보았다.
  • 다섯 번째는 스토아 철학자들은 철학은 고도로 통일되고 지식 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개념들 및 철학의 여러 분야들 간의 연결 관계를 추적해서 이애하는 능력은 스토아 철학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었다.

  책의 내용 전반에 시대를 초월해서 지금의 우리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가르침들이 있다. 책을 읽게 되면 알겠지만 비슷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내용들 있는데 지금 당장 기억이 나는 것은 '죽음에 대한 초연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우리가 존재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주는 존재해 왔고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우주의 본능이므로 우리의 육체가 해체되어 원소로 돌아가는 것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사후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명예를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초연한 자세 외에도 공동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바른 삶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나의 관점으로는 다소 전체주의적 사고로 느껴져서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아마도 정복전쟁이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라 제국을 통솔하는 황제의 관점에서는 공동체의 이익이 최우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또한 여러 고대철학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내용으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또한 쾌락을 추구하고 물질적인 삶을 경계하고 있는데 이 또한 지금의 관점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고 느꼈다. 물론 금욕적인 삶의 자세는 시대를 초월한 덕목이라 생각을 하지만 사실 깊게 와닿지는 않았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삶의 자세와 철학적 사고들을 모두 언급할 수 없지만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나를 둘러싼 외부가 아니라 내면을 매우 중요시한다는 점이었다. 모든 일에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일체유심조'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중에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내용이 있다. 나를 둘러싼 외부조건으로 인해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그 요인이 사라지길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인으로 인해 내가 불행한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자세가 하루아침에 갖춰질 수는 없겠지만 나를 불행하게 하는 모든 원인은 내 안에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가꾸어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깊이 있는 인문고전으로 책을 단 1회독만 하고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다. 저자의 배경에 대한 이해나 스토아 학파를 비롯한 서양 철학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책에서 말하는 의미를 잘못 이해한 것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책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그 시대의 철학적 사고와 삶에 대한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가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몇 번 더 읽어서 좀 더 깊게 이해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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