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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 - 니콜라스 다비스

by 김억지 2023. 7. 7.

 

주식 분야의 책은 정말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책을 읽으면 돈을 벌 수 있는 비법을 알게 될 것만 같아서인지는 몰라도 주식 책에 계속해서 손이 가게 된다. 꼭 주식 분야가 아니더라도 책을 살 때 제목을 유심히 보는데 주식 책을 고를 때는 특히나 제목을 더 중요시 여긴다. 일단 자극적인 제목은 대체적으로 거르게 되는데 경험에 의하면 눈길을 끄는 제목일수록 내용은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주식투자로 250만불을 벌었다'라는 이 책도 제목만 봐서는 '거르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한 책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제목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단 조금이라도 읽어보자는 생각에 서점에서 잠시 읽었는데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는 어떤지 정확히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일단 너무 재밌게 술술 읽혀서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니콜라스 다비스는 정말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주식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책들의 저자는 주로 금융업에 종사했거나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니콜라스 다비스는 특이하게도 무용수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평생 주식과는 관련 없는 삶을 살다가 공연의 대가로 받은 주식이 크게 상승한 경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이게 된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첫 거래에서 큰 수익을 얻은 바람에 본인이 주식의 초고수라도 된 냥 행동하다가 연이은 실패를 맛보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서 주변에 주식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현재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나의 모습 같기도 해서 재밌게 읽었다. 다른 학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주식에 있어서는 정말 오랜 세월 지식을 쌓은 사람보다 수박 겉핧기식으로 단편적인 부분만 공부한 초심자가 더 자신만만한 것 같다. 재무제표를 조금만 분석하거나 차트에 작대기 몇 개만 슥슥 그으면 워렌 버핏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 경험이 쌓이고 공부를 꾸준히 하면 정말 돈 벌기 어려운 곳이 주식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에 입문한 보통의 사람들이 겪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그러다가 어느 특정 분야가 정말 인상 깊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내려 맞은 느낌이었다. 바로 저자가 전보로 종목들의 가격에 대한 정보만 받아서 주식투자를 할 때는 꾸준한 수익을 올리다가 주식시장 가까이에서 주식투자를 하자 연달아 손실을 보게 되었다는 부분이다.

 

나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 원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홍콩, 캘커타, 사이공 그리고 스톡홀름과 같이 월 스트리트와 멀리 떨어져서 주식운용을 할 때에는 '감'이 있었는데 정작 월 스트리트에서 반 마일도 안 되는 곳에 있는 지금은 왜 그러한 감각을 잃게 되었을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 질문의 해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나는 상당 기간 좌절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라자 호텔에서 전화를 하려는 순간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해외에 있을 때에는 거래장에도 가지 않았고 시세표시기를 지켜보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화를 받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이것이 문제였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처음엔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너무나 단순하고 놀라우며 뜻밖이라서 믿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다. 나의 귀가 나의 적이었다.

주식시장 가까운 곳에서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많은 사람과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어 예전과 같은 주식투자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소음과 투자'라는 책의 내용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니콜라스 다비스는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고 가격의 움직임을 근거로 한 주식투자로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니콜라스 다비스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박스 이론'의 창시자로 이 책에도 박스 이론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박스 이론에 대해 학습하면 주식을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겠지만은 내가 느낀 바로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박스 이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전보를 통해 주식의 가격 정보만을 듣고 꾸준히 수익을 얻었다는 것은 차트가 담고 있는 정보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일 것이며 차트에 우리가 모르는 정보까지 담겨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의 정도는 회사의 재무제표나 성장성, 경영자의 자질을 파악하여 투자하는 가치투자하고 말하며 차트 분석을 통한 기술적 투자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대다수의 주식 대가들은 가치투자를 통해 부를 축척했고 이에 비하면 기술적 투자를 통해 성공한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히 그런 기술적 분석을 통해 큰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있으며 현재에도 오로지 차트가 주는 정보만으로도 꾸준히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기술적 분석의 효용성을 부정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용수라는 직업을 가졌던 니콜라스 다비스가 전보를 통해 받은 정보만으로도 수익을 올린 주식을 보면 특정 기법이 있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니콜라스 다비스는 그저 기본에 충실한 추세매매를 한다는 느낌들 받았는데 상승 추세에 있는 주식을 매수함과 동시에 손절매 라인을 철저하게 지키고, 오르는 주식은 섣불리 매도하지 않아 손실은 최대한 짧게, 수익은 최대한 길게 가져가라는 조언을 충실하게 지켰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예전에 읽었던 터틀트레이딩이라는 책을 봐도 그 안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특별한 비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단지 상승 추세에 있는 종목을 매수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는데 이러한 추세매매가 실제로도 효용이 있는지에 대해서 파이썬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한 후 실제 매매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재밌게 읽은 책이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쉽게 쓰게 된다. 트레이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책장에 꼭 있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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