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없이 읽을 소설책을 찾기 위해 유튜브를 찾아보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하길래 아무런 생각 없이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보통은 오프라인 서점에서 어떤 내용인지 직접 확인한 후에 구입을 하는 편인데 예쁜 책 표지에 이끌려서 그런 것인지 말 그대로 '무지성 구매'를 했다.
소설책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단편 소설집인지는 알지 못했다. 보통 이런 단편 소설집을 사면 수록돼 있는 작품 중 하나의 제목이 책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이하게도 수록되어 있는 7개의 작품 중 '바깥은 여름'이라는 작품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의도나 생각을 파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면 독서의 과정이 다소 피곤할 때가 있다. 바깥은 여름이란 제목의 뜻이 무엇일까, 작가는 어떤 의도로 제목을 바깥은 여름이라고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해서 나를 따라다녔다.
수록된 7개의 단편 중 '풍경의 쓸모'라는 작품에서 계절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이 한 작품을 위한 책 제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모든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이나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마음을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다.
7개의 단편 모두에서 '상실감'이라는 감정이 느껴졌다. 반려견을 잃는 상실감,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상실감, 추억을 함께한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 심지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중 하나가 사라지는 상실감까지 각각의 단편에서는 소중한 것을 잃은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상실감에 빠져 자기만의 시간에 갇혀 있는 듯한 모습이 공감이 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느낌마저 들었다. 계절은 흘러 여름이 되었음에도 주인공들의 마음은 여전히 겨울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의 제목이 아닐까 생각했다.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내용의 경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는 감정이기 때문에 쉽게 작품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을 잃는 것과 같은 감정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감히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깊게 몰입하여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표현력 때문이라 생각한다.소설책을 읽다 보면 간혹 과장된 표현으로 독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한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김애란 작가의 경우에는 표현이 담담하지만 그 상황을 쉽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도록 문장 하나하나를 심혈을 기울여서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들과 그 주변 인물들에게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굳이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가의 표현력 하나자 전체 작품의 분위기를 바꾼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단편들 모두 기막힌 반전이 있거나 극적인 전개가 이루어져 심장 뛰게 읽게 되는 작품은 아니었다. 살면서 경험해본 감정들,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났던 상황들, 아니면 직접 경험하거나 들어보진 못했더라도 상상만 해봤던 상황들 속에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되어 빠져있는듯한 상상을 계속했다. 그러한 상상 속에서 극적인 마무리 없이 단편 하나를 끝내면 내 마음까지 공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 읽고 나서 보니 표지가 정말 예쁘게 디자인 되었다고 느꼈다. 문을 열고 있는 여성의 모습인데 지금 문을 열고 바깥을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면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일까. 책 표지마저 어떤 의미일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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