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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 - 마이클 베클리, 할 브랜즈

by 김억지 2023. 7. 12.

 

칙칙한 표지에 왠지 내용도 어려울 것 같은 책,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이 든 것은 온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을 다룬 책들은 아주 많다. 그 책들을 모두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레이 달리오의 '변화하는 세계질서'라는 책에서도 중국이 새로운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마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묘사한 기억이 있다. 

 

아마 일반인들에게 향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가 어디가 될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중국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방 이후 중국은 끊임없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무엇보다 국가의 기초 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구가 미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견해라고 생각한다. 

 

근래 중국이 보여준 경제 성장과 뉴스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각종 수치들을 고려한다면 중국이 미국을 잇는 패권국가가 된다는 생각 자체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앞서 말했듯이 관련 서적에서도 중국의 우위를 점치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나 또한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이 멀지 않은 미래에 제1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라는 제목 자체에 흥미가 가게 되었고 그렇게 얇은 책은 아니었지만 사흘 나흘 정도만에 완독을 하게 되었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경제 성장과 군사력 증대를 통해서 아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상대적으로 강한 국력을 통해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패권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의 최대 걸림돌은 미국이라는,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압도적인 국력을 가진 초강대국이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 세계화 시대에 맞춘 개혁 및 개방정책,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전제 정치 등 수많은 요인들이 맞아떨어져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야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약해지면서 중국의 성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의 저자는 중국을 둘러싼 포위의 고리가 닫히고 있다고 얘기한다.

 

닫히는 포위의 고리의 한 예로 2020년 6월에 발생한 인도와 중국 사이의 히말라야 국경 분쟁 지대인 갈완강 계곡에서 일어난 갈완 계곡 충돌 사건을 언급한다.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충돌의 경과로 약 20여 명의 인도군과 숫자 미상의 중국군이 사망하게 되었다. 

 

좁게 보면 이 사건은 중국의 승리였다. 이 충돌로 인민해방군이 얼마나 손쉽게 인도가 주장하는 영토의 일부를 장악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또 인도 정부로서는 자신보다 강한 중국을 상대로 전쟁 확대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그들의 도발에 대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실히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았다.

왜 중국이 더 잃은 게 많다고 했을까? 중국의 지정학적 야욕을 견제하는 국가들의 연합체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미국, 호주, 인도, 일본 4개국의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중심으로 한 외교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었고 결국 중국의 이러한 행동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냉전 이후 한 세대 동안 중국은 야심만만했던 유라시아의 여러 패권국에게 닥쳤던 운명을 비껴갈 수 있었다. 바로 패권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집한 대항 세력 연합체의 출현 말이다. 중국이 이룬 성취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었다. 중국은 스스로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중국이 부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초강대국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중국은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를 거리지 않고 도처에서 공포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수십 년간 누려 왔던 전략적 호시절은 끝났다. 중국공산당의 경쟁자들이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오면서 전략적으로 중국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위의 고리가 닫히는 와중에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저자의 답이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역사적으로 볼 때 1차 세계대전에서의 독일과 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이 보여주듯이 패권국가를 꿈꾸는 국가가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을 때 전쟁이라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전쟁이라는 것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국가가 상대국가를 점령할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사적인 예시를 보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꼈다.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가를 꿈꾼다. 그간 엄청난 성장으로 그러한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한 조건이 갖추어졌다. 하지만 성장의 한계를 겪는다. 더불어 패권국가로 성정하는 것을 우려하는 나라들의 연합이 강해지고 포위가 두터워진다. 저자는 중국을 이런 상태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중국이 과거 독일이나 일본처럼 전쟁이라는 카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논리적으로 근거가 없는 견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전쟁이라는 카드를 고르는 유혹에 빠질 수 있는데 그 시기를 2030년 이전까지라고 한다. 이 기간이 이 책의 원제인 'Danger Zone'이다.

 

이 'Danger Zone'만 무사하게 지날 수 있다면 중국이 전쟁을 일으키는 위험한 상황은 피하고 전 세계는 다시 안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Danger Zone'을 지나가기 위해 미국 주도의 중국 봉쇄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단순히 중국 경제를 제재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전력이 우선적으로 행해져야 하는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학자 2명이 쓴 책으로 당연히 미국 중심으로 쓰인 책이다. 때문에 미국에 대해 낙관적으로 쓰인 책일지 모르겠지만 중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견해에 대해 매우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설득력이 높았던 책이다. 다만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의 역할 등에 대해서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던 점이다. 때문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명쾌하게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이념적으로나 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볼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앞으로 매우 힘든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을 담고 있는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세계정세는 어떻게 흘러갈까? 그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무거운 주제지만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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