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by 김억지 2024. 5. 9.

 

 고전문학을 읽고 나면 다소 실망하는 경향이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에 내용의 깊이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재밌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하지만 아직 나의 독력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기대를 충족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서머싯 몸 '달과 6펜스'라는 작품도 아주 유명한 고전문학 중 하나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점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왔을 때 사실은 흥미보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이런 고전문학을 많이 읽으니까 나도 이 책을 읽어야만 뭔가 어디 가서 취미가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는 허영심이 가득했다.

 

 책을 선정할 때 이러한 지적 허영심이 개입되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기준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유명한 작품은 읽어야만 마음이 개운할 것 같아 책을 구입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다. 소설이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인 폴 고갱을 모델로 했다는 사실과 예술에 관한 열정에 대한 내용이 다뤄진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달과 6펜스'가 큰 의미를 가지는데 사실 책에서는 이 제목의 의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예전에 우연히 어떤 유튜브 채널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접했기 때문에 제목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제목의 의미를 염두에 두면서 소설을 읽었으므로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이 책은 분명 소설이지만 마치 어떤 사람의 전기를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풍족한 삶을 살던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중년의 남성이 예술을 향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가족을 떠나 그림을 그리는 것에만 몰두하는 삶에 대해 다룬다. 그러한 과정을 글로 접하면서 이 인물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 경외감이 들면서도 때로는 비인간적인 모습에 분노하기도 한다.

 

 안정적인 환경을 제 스스로 버린 후 본인이 원하는 예술의 세계에 온전히 몰입하는 그의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일종의 전율이 느껴지게 한다. 본인이 원하는 순수한 것에 온전히 집중하는 삶이 현재 나의 삶과 비교되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속에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뜨거운 욕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내가 원하는 것이 소설의 주인공이 원하는 예술의 삶은 아닐지라도 억압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이 대목에서 제목의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작가는 소설에서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땅에 떨어진 6펜스를 찾다 보면 하늘의 달을 보지 못한다'라는 말은 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달과 6펜스'에서 '6펜스'는 세속적인 가치, 즉 돈과 물질과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고 '달'은 꿈, 이상, 예술 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책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는 전형적이 '달'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반면에 돈과 물질, 즉 '6'펜스를 추구하는 인물들도 소설 속에 등장한다. 이런 인물들이 있기 때문에 달을 원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열정과 예술 혼이 더욱더 빛나보임은 물론 어떤 숭고함까지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을 때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소설의 내용까지 단순한 것은 절대 아니다. 특히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진 주인공의 삶에 감정이입이 되면서 엄청난 몰입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이 억압된 환경을 벗어나 순수한 세계에 빠져든다는 온갖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이 폴 고갱을 모델로 하여 쓰인 소설이라고 하여 책을 읽고 난 후 폴 고갱의 삶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검색해 보았다. 소설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전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때문에 폴 고갱의 삶과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동일시하여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 고갱이라는 화가도 분명히 6펜스가 아닌 달을 동경하는 화가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술사에 대한 흥미도 생기게 된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