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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습관의 힘 - 찰스 두히그

by 김억지 2024. 5. 7.

 

 요즘 책장에 있는 책들을 다시 읽는 중이다. 사 두고 읽지 않은 책이나 예전에 읽었을 때 재밌게 읽어서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분류해 놓은 책을 읽고 있는데 하나씩 클리어하는 기분이 꽤 개운하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전에 읽은 책도 아닌데 왜 떡하니 책장에 자리 잡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책장을 넘기면서 어느 교육기관의 마크가 찍혀있는 것을 보고 과거 연수 때 연수원장님께서 주신 책이라는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인생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독서라는 취미에 있어서도 '자율성'이 갖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고른 책을, 내가 읽고 싶어서 읽을 때는 책에 온전히 몰입됨과 동시에 그 책이 전달하는 바를 잘 느낄 수 있는 반면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독서는 노동이나 다름없다. 이 책도 아마 직접 고른 책이 아니고 받은 책이라서 그런지 오랜 시간 동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것에는 어떠한 계기가 있다. 예전에 유퀴즈를 보고 노화에 대한 관심이 생겨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가 쓰신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이라는 책을 읽었다. 요즘 최대 관심사가 건강이라서 그런지 책에서 얘기해 주는 노화를 늦출 수 있는 행동들을 하나씩 습관화해나가는 중이다. 그러한 습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식습관,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으로 나눌 수 있었다.

 

 식습관은 문제없다. 와이프가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유산소 운동도 문제없다. 달리기가 취미가 되어 거의 매일 달리는 것이 습관이 됐다. 그러면 마지막 근력 운동은? 이건 도무지 습관이 되질 않는다. 애초에 근력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쇠질에는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도 않다 보니 마음먹고 시작해도 작심삼일로 끝나기를 반복한다. 

 

 근력 운동을 습관화할 수 있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읽게 되었다. 굳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습관이 가지는 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책의 초반 부분에서 저자는 인류가 습관을 형성하게 된 이유와 그 효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라 신선했음은 물론 습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운전이 익숙해진 후에는 어떤가? 큰길로 후진해서 나갈 때마다 별생각 없이 운전할 것이다. 관례적으로 하던 일이 습관으로 굳어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매일 아침 별생각 없이 이런 복잡한 일을 해낸다. 우리가 자동차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는 순간 기저핵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자동차를 후진해서 큰길로 나가는 행위와 관련된 습관을 머릿속에서 찾아낸다. 그 습관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우리 회백질은 다른 생각을 하거나 아예 활동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후진을 하면서도 아들 녀석이 점심 도시락을 집에 두고 왔다는 걸 문득 생각해 낼 만큼 정신적 여유를 가진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어떤 자극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뇌는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거의 모든 일을 무차별적으로 습관으로 전환시키려고 할 것이다. 습관이 뇌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뇌가 활동을 절약하려는 본능은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뇌가 효율적이면 그만큼 뇌에 필요한 공간이 줄어들고, 따라서 머리 크기도 작아질 수 있다. 머리가 작으면 분만하기가 더 쉬워지고, 따라서 분만 과정에서 산모의 사망률도 줄어든다. 또한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한 덕분에 우리는 걷거나 먹는 것 등 기본적인 행위를 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고, 남는 정신 에너지를 더욱 창조적인 일에 투자해서 칼과 관개 시설을 만들 수 있었다. 급기야 비행기와 비디오 게임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습관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너무나도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단지 힘들고 어렵지만 이득을 가져다주는 행위를 조금 덜 힘들게 할 수 있는 것이 습관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아주 단순하고 1차원적인 생각이었지만 이 글을 접한 후로는 내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들을 습관화한다면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상 속의 많은 행위들을 습관화해야 할 이유이다.

 

 또한 습관의 장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습관의 속성에 대해서도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실험결과들이 흥미로웠다. 특히 의지력에 관한 부분이 그랬는데 보통 의지력이라고 하면은 타고난 기질이라 생각해서 후천적으로 개발이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실험 결과들은 의지력도 결국 습관이며 의식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습관의 강력한 힘과 이러한 습관의 요소가 삶의 곳곳에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각종 실험 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기업같이 특정 조직에서도 습관의 힘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또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자발적으로 구입한 책은 아니지만 삶의 루틴을 만드는 데 있어서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습관을 형성하는 방법을 토대로 삶을 바꿔나가도록 하겠다. 많은 습관들이 형성되어 훗날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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