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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달리기의 모든 것 - 남혁우

by 김억지 2024. 4. 8.

 

 달리기를 시작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나의 기록이 어느 수준인지 궁금했다. 겨울철이라 참가할 수 있는 마라톤 대회는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가늠해 보기로 했다. 이러한 수요에 보답이라도 하듯 10km 기록별 수준과 특징이라는 표가 검색되었다. 어느 분이 만든 자료인지는 모르겠으나 내용 모두가 공감이 가고 재미가 있어서 친구들에게 자료를 공유해서 보여주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내 기록이 속해 있는 구간에 대한 특징을 보는데 정말 내 마음을 누군가가 꿰뚫어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러닝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서브3(풀코스를 3시간 이내 완주하는 것)나 10km 39분이 목표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과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부상을 겪게 되는 것이 이 구간의 기록을 가진 러너의 특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특징이 내 모습과 일치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달리기를 하면서 부상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남들과는 달라'라는 엄청나게 오만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였다. 달리는 거리를 늘리기 시작하였고, 페이스를 높였고, 휴식 기간을 적게 가졌다. 오만한 생각과 무리한 운동의 결과는 부상으로 이어졌다. 나는 전혀 남들과 다르지 않았다.

 

 정형외과를 방문하여 진찰을 받아보니 반월상연골에 염증이 생긴 것 같다고 하여 약 2주간 치료를 받고 약을 먹었다. 치료를 받는 동안 달리기는 일절 하지 않았고 꾸준히 치료를 받으니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 병원에서는 달리기를 다시 시작해 보라고 했지만 노파심에 바로 달리지 않고 2주 정도 더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한 달을 쉬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병원에서 쉬라고 한 기간보다 2주를 더 쉬었으니 당연히 통증이 없을 줄 알았는데 2km를 넘어가자 똑같이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 정말 답답하고 화가 났다. 뭐가 문제일까 계속해서 생각하는 마음이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다. 운동을 못하고 흘러만 가는 시간이 힘들었다. 

 

 달리기를 못하는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몸무게는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와 비슷한 통증을 겪는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치료 후기 등을 검색했고 그 과정에서 서울에 있는 '남정형외과'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곳의 원장님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험이 많아서 달리기를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부상에 대해서 전문가라고 하였다. 남정형외과는 러너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여겨졌다.

 

 당장 병원을 방문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방문하기가 어려워 다른 방도가 있는지 알아보던 중에 남정형외과의 원장님께서 직접 집필한 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주문하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험 공부하듯이 꼼꼼하게 꾹꾹 눌러 담듯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이자 남정형외과의 원장인 남혁우 원장님이 의사들의 자질에 관해 얘기하는 내용이었다. 의사 중에서도 꾸준히 공부를 하지 않는 의사는 특정 증상에 대해 지식이 부족할 수도 있으며, 본인 또한 직접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입을 수 있는 부상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고 한다. 명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자 처음 방문했던 정형외과의 의사가 생각났다.

 

 무릎 통증을 반월상연골 염증이라고 진단했던 그 의사는 과연 달리기를 꾸준히 해본 적이 있거나 각종 부상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한 적이 있을까? 무릎 통증이 재발하고 난 뒤 통증 부위와 증상 등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본 결과 지금 통증은 '장경인대증후군'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장경인대증후군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이러한 나의 생각에 확신을 하게 되었다.

 

 일단 증상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 다행이지만 부상의 원인을 알게 되자 후회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달리기만 주구장창 하는 것이 아니라 보강운동도 꾸준히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각종 부상 별 원인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본인의 능력치를 초과하는 과도한 훈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부상을 당하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부상의 원인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한다. 소 읽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지만 지금이라도 고칠 수 있으니 다행인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달리기를 시작하려고 하거나 이제 막 달리기를 시작하여 부상 없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본인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남들과는 다르다'라는 생각은 틀릴 확률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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