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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더 좋은 곳으로 가자 - 정문정

by 김억지 2024. 5. 2.

 

 예전에는 에세이와 자기계발 책은 재밌지도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우연히 몇 권의 에세이를 접하고 그 뒤로는 가끔씩 와이프가 구입한 에세이 책을 읽는다. 이번에 읽은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는 책도 와이프의 책인데 도서 사이트의 카테고리로는 에세이로 분류되겠지만 묘하게 자기계발 책의 느낌이 묻어 나온다.

 

 책의 저자는 여러 기업에서의 직장생활 등 그동안의 삶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요령'을 알려준다. 이런 내용의 책은 무수히 많지만 그래도 이 책이 진정성 있게 느껴졌던 것은 책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저자의 가치관과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위선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말하고 젊어서 하는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할 만큼 청년 세대의 고생을 마치 당연히 겪어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사회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들고 앞날은 불투명해서 목적지를 잃은 것 같이 헤매는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지금의 고생이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전혀 공감을 얻지 못한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읽은 문구가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 밑줄까지 쳐 놓은 부분이 있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됐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방향성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당신이 초행길에서 덜 헤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물론 헤매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고 어떤 난관도 돌이켜보면 불필요했다고만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기회 자체가 한정적이고 이끌어줄 사람이 많지 않은 이들에게 고난이란 자신을 성장시키기보다 납작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고생 끝에 낙이 오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이 시대에 그건 극소수 생존자만 회고하며 하는 말이고 대부분은 기약 없이 고생하다 자신을 미워하고 목소리 내는 법을 잊어버린다. 미처 못 본 함정은 어디서든 튀어나오니 일단 잘 아는 부비트랩의 위치부터 알려주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이 책이 반드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인 책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직장생활 경험담이 많이 녹아 있어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동안 여러 책을 읽으면서 직장에 대한 조언을 하는 글을 보면 속으로 욕설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혀 공감이 가지 않고 실생활에는 도움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조언을 보며 저 사람은 실제로 직장생활을 해보기나 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겉으로만 번지르르하고 공감은 전혀 얻지 못하는 그런 책들과는 달리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는 책은 꽤 현실적인 관점으로 글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에세이를 읽을 때처럼 마냥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읽을 책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에세이와 자기계발 책의 내용이 혼합된 책이라 느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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