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면 즐거운 사람이 있는 반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하고 가까이 지내기 싫은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그 원인은 다양할 수 있는데 다양한 원인의 교집합에는 '대화'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본인과 정치성향이나 취미가 다르더라도 대화가 즐거운 사람이 있고,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대화가 즐겁지 않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사회적 성공을 위한 두 가지 요소가 있다면은 개인적인 능력 함양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꼽을 수 있다. 사회생활에 있어 이 '대인관계'라는 것은 필수적이라 많은 사람들을 어렵게 한다. 남들은 다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만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고 그럴 때마다 어떤 점이 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게 꼭 필요하지만 어려운 대인관계에 있어서 핵심키워드가 바로 '대화'이다. 타인과의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항상 원만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분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회사 내의 사람들은 물론 외부기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다. 하지만 나는 '말발'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유창하게 대화를 리드하는 능력 또한 없기 때문에 그런 대화의 자리가 항상 불편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대화의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쳐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된다.
이번에 읽은 '말센스'의 저자 셀레스트 헤들리라는 사람은 오랜 기간 동안 다수의 미국 방송프로그램에서 인터뷰 및 호스트를 맡은 대화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책에서 총 16가지의 조언과 함께 각각 상황에 맞는 다양한 사례들로 말센스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책의 첫 부분을 보면 16가지의 방법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타이틀만 봤을 때는 실망감이 컸다. 누구나도 다 할 수 있는 말들같이 보였고 어찌 보면 당연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이 책 또한 그저 그런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큰 기대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뻔하다고 생각했던 내용들의 흡입력이 엄청났다. 각각의 조언에 관한 사례와 설명을 듣는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잘못했던 대화들이 하나씩 기억나는 것이었다. 보통은 이런 책을 읽으면 앞으로 어떻게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은 과거 나의 잘못된 대화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면서 스스로가 참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책을 읽는 동안 나 자신이 이렇게까지 못나보였던 적이 없었다. 흔히 다시 태어난다는 표현을 하는데 이제 정말 달라져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날 저녁 아내에게 말했다.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대화를 얼마나 잘못했는지 스스로가 부끄럽다."
아내도 갑자기 이런 말을 들으니 흠칫 놀란 모양이었다. 그러곤 앞으로 이번에 읽은 책의 내용을 기억해서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조심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부끄러운 감정들이 실천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생겼다. 그때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집을 떠나기 전 마치 전쟁에 나가는 장수같이 비장한 마음으로 책이 내용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러고 대화를 나눌 때 조심스러운 마음가짐으로 대화에 임했다.
책에서 말하는 여러 가지 내용 중 화자의 나르시시즘 성향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중심적이어서 본인이 대화를 주도하고 싶어 하고 타인의 얘기에 공감하는 것보다 그 얘기에 대한 본인의 경험을 떠올려서 말하기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항상 염두한 상태로 대화에 임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대화를 하면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말에 끼어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니 저절로 말을 자제하게 되고 대신에 다른 사람의 말에 집중하게 되었다. 수많은 대화의 전문가들이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다. 다만 글로는 참 쉬워 보이지만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는 것이다.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자신을 보면서 대화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위의 예시 외에도 수많은 상황이 있었다. 충고를 하고 싶은 본능, 논리적으로 말싸움에서 이기고 싶은 본능 등 자연스럽게 생기는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 또한 대화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노력으로 얻은 것임을 확인했다. 이는 대화 능력은 얼마든지 발달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며 이 책이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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