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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 최용범

by 김억지 2024. 3. 3.

 

 지금 떠올려보면 학창 시절 그나마 재밌었던 과목이 역사였다.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전쟁이라 그런지 다른 과목과 달리 역사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입시 공부할 때 달달 외웠기 때문에 큰 흐름 정도는 기억을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마치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아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의 주요 사건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부담감 없이 재밌게 읽었다. 처음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다시 읽으니 또 느낌이 새롭다.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할 때는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배경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직 암기를 위한 공부를 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좀 더 객관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고려시대 묘청의 서경천도운동에 대해 배울 때 보통 문벌귀족 세력에 맞선 신진 세력의 자주적인 민족 운동으로 배우게 된다. 독립운동가 신채호는 이 사건을 '조선 역사상 1,000년래 제1대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묘청의 난이 실패했기 때문에 조선의 역사가 1,000년간 사대로 이어져오다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고 탄식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 사건에 대한 생각이 다소 바뀌게 되었다. 독립운동가 신채호의 말대로 이 사건이 성공했다면 역사의 흐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서경천도운동이라는 이 사건이 단순이 정치 세력 간의 대립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외에도 고려시대 대몽항쟁 시기의 삼별초 항전을 생각하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애국심과 몽고에 맞선 굳건한 저항의지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당연히 반외세 항쟁을 위대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삼별초의 탄생 배경과 그들이 끝까지 저항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대해 떠올려 보면서 이 사건 또한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느꼈다.

 

 물론 우리 역사를 아끼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한 가지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위험하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면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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