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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by 김억지 2024. 6. 20.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이라는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공상과학적인 요소들 모두가 흥미로웠고 줄거리가 전개되는 과정이 엄청나게 몰입감이 있어 빠져든다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김초엽 작가가 포스텍을 졸업한 사실을 알게 되자 경외감마저 드는 기분이었다. 역시 배운 사람이라 그런지 다르다는 생각.

 

 SF영화는 보고 싶지 않으면서 책은 끌린다. 읽는 중에 묘사하고 있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실제의 미래 모습이 정말로 이럴까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읽은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책은 총 7편의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지구 끝의 온실'과 마찬가지로 SF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소설 속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제들이 모두 다 흥미로웠다. 평소 전혀 상상해 볼 수 없던 미래의 모습이지만 소설을 읽는 동안은 그 모습이 마치 실제 미래의 모습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분명 소설이지만 소설의 경계를 조금씩 넘나드는 기분이었다.

 

 독자로서 그러한 기분을 받은 것은 단순히 이야기를 재밌고 참신하게 썼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공상과학이라고 하여도 완전 터무니없다고 느끼지 않고 그 이야기 속으로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과학 지식이나 학계에 존재하는 가설들이 소설 속의 이야기로 일부 반영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책은 총 7개의 작품으로 나눠져 있지만 각각의 작품을 관통하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느꼈다. 과학의 발전이 이루어진 미래의 모습은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나 그 모습들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미래의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완벽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기술적으로는 발전한 미래의 모습이 인류 전체의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느끼지 못했다. 정확히는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러한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작품이다.

 

 상상하기 힘든 흥미로운 주제로 독자들에게 몰입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우리가 겪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작품을 만든 것은 작가의 엄청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분류는 소설이지만 마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함께 어우르는 작품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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