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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잘 잃어야 잘 번다 - 톰 호가드

by 김억지 2024. 6. 18.

 

 오랜만에 주식 책을 읽었다. 나스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코스피나 코스닥 지수도 크게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 주식매매가 잘 되지 않는다. 매매 내역을 복기하고 진입 시점을 점검하고 있지만 예전의 감각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 크고 작은 손실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매매가 잘 되지 않을 때는 과감하게 쉬는 것이 제일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쉰다는 것도 말처럼 쉽지 않다.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데 관심종목에 넣어두었던 종목이 엄청난 상승을 하거나 시장 상황이 좋으면 쉰다는 것이 마치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쉴 때는 책을 읽는다. 특히 과거에 읽었던 책 중에 어떤 인사이트를 받았던 책을 다시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어 새로운 책들을 탐독하였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지금 글을 남기고 있는 '잘 잃어야 잘 번다'라는 책이다. 솔직히 책 제목과 표지 디자인만 봐서는 전형적인 B급 주식 책의 느낌이 강했다. 모순적이지만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독자의 관심만 끌고 정작 책의 내용은 부실할 것 같은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도 불안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책의 내용이 문제인지 번역이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이 매끄럽게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고 저자가 말하려는 핵심 메시지를 과도하게 반복하는 바람에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러한 반복과 강조 때문에 책에서 말하려는 내용이 더 강력하게 다가올 수 있었다. 주식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라는 격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손절의 중요성 및 수익을 내는 매매에서 손실분을 능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단순한 주식의 격언에 대해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핵심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책의 줄거리만 요약한다면 A4 용지 1장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이 뻔하지 않았던 이유는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라는 이 짧은 문구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명확한 데이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주식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손실을 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돈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정상인 것일까? 그들의 지식수준이 현저히 낮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일까? 그렇지 않다. 주변을 보면 바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주식으로 돈을 잃는다. 결코 비정상인 사람들이 돈을 잃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저자는 의문을 가진다. 주식을 매매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잃게 되는 이유가 그들이 비정상이기 때문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 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식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정상인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묻고 싶고, 답하고 싶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정상적인 행동은 어떻게 보일까? 내가 매매할 때 어떻게 하면 정상적인 것을 피할 수 있을까? 매매하는 사람들의 80~90%가 정상인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그들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잃지만 그들이 비정상이 아니다. 오히려 정상인이다. 우리는 돈을 잃는 대다수의 정상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 정상인들이 보이는 행동은 무엇인가?

 

 바로 '손실은 짧게, 수익은 길게'라는 격언을 반대로 적용하면 그것이 바로 정상인들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손실이 나고 있는 주식을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고 길게 가져가며, 수익이 나고 있는 주식을 수익이 사라질까 두려워하여 빨리 정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손실에 직면했을 때 투자자들은 회복되기를 희망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희망'이다. 그들은 이익을 거두는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을 때 그 이익이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두려움'이다.

 저자는 이러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행하는 행동이 고통을 피하기 위한 인간의 본성과 관련 있다고 말한다. 즉 특정 주식이 손실이 나고 있더라고 그것을 실제로 매도하기 전까지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는 것이므로 매도를 미루면서 고통을 피하려고 한다. 수익이 나고 있을 때에도 그 수익이 사라지는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수익을 길게 가져가지 못하고 재빨리 매도하여 버린다.

 

 주식시장에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실패를 한다. 그들은 정상인이다. 정상인들의 행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패턴의 이면에는 인간의 본성이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행동은 바로 그 본성에 역행하는 것이다. 손실이 수익으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고 손실을 짧게 정리하고, 수익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수익을 길게 가져가야 한다.

 

 주식을 실제로 해 본 사람은 이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이다. 저자 또한 이는 분명히 어려운 일이며 수많은 훈련을 통해 단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의식적인 마음은 손절매를 설정하려 하지만, 잠재의식적인 마음은 그것을 제거하기를 원한다. 잠재의식의 마음은 손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보유한 포지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 나의 잠재의식은 이익을 실현하기를 원한다. 잠재의식은 이익의 만족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나는 내 매매에서 이기든 지든 항상 잠재의식과 싸우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많이 들은 격언에 대해 이렇게까지 분석적으로 파고든 책은 처음이다. 간단하지만 매우 중요한 격언을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여 책을 썼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잘 잃어야 잘 번다'라는 가벼워 보이는 제목이 꽤 무겁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에 대하여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과 반대로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는 접근방식은 신선하게 느껴졌고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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