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 - 하현

by 김억지 2024. 6. 3.

 

 최근 많은 에세이를 읽었다. 그런데 블로그에 글을 남길 만큼 인상적이었던 책이 없었고 심지어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경우도 꽤 많다. 단순히 재미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글들이 낯간지러워서 마음 편히 읽기가 힘들었다.

 

 요즘 들어 '항마력'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에서 널리 사용되는데, 다소 오글거리는 글이나 상황을 보고 버틸 수 있는 힘을 뜻한다. '당신 소중해요, 그러니 무너지지 마요, 당신은 빛나는 존재니까요'와 같은 글로만 채워진 책은 나의 항마력을 테스트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라는 이 책도 제목을 처음 봤을 때 꽤나 느낌이 안 좋았다. 의미 없는 위로의 말들로만 가득 찼을 것 같은 기분에 읽기가 썩 내키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니 금세 한 권을 다 읽었다. 결론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읽기 좋은 담백한 에세이였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은 사소한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더 깊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글들을 읽으면서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책에서 작가는 '촉수가 예민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런 에세이를 잘 쓰기 위한 필수 조건이 바로 예민한 촉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남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각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바는 천차만별인 이유는 각자가 가진 촉수가 예민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남들에게는 따분하고 지루한 하루지만 누군가에게는 항상 새롭고 신기한 일로 가득한 하루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이 나의 다정입니다'의 작가 또한 예민한 촉수를 가진 사람이라 느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일들에서 글감을 뽑아내었기 때문에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부담감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상황들 속에서 이러한 글들을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작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으로 이 책을 읽고 난 후 처음으로 나도 이런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글쓰기에 흥미가 있던 것도 아니고 재주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촉수를 예민하게 발동하고 다니면 평범한 일상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건져 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촘촘한 투망으로 물고기를 건져 올리듯이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