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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소통 수업 - 김수인

by 김억지 2024. 6. 13.

 

 소통은 일상생활과 항상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소통이 가지는 중요성이나 이를 단련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소통 능력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나 소통 능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소통이라는 것이 훈련을 통해 그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성공의 핵심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인간관계의 형성에 있다는 것은 이제는 꽤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항상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직장생활을 하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따라 일의 성과가 크게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핵심 요소는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단순히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간단해 보이는 소통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 나름대로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또는 본인의 감정에 치우쳐 원만한 소통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고 그저 껍데기뿐인 기계적인 대화로 상대방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분명 소통 능력은 꼭 필요하고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이지만 이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 적은 없다. 타인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한 열망은 있지만 기본이 되는 소통 능력 발전의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소통 능력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저자가 조금씩 읽으며 여유롭게 읽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저자의 요구대로 최대한 천천히 읽으며 잘못된 소통의 사례가 나올 때마다 내가 겪은 수많은 상황 중에 어떠한 것이 이에 해당될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하며 읽었다. 그런 고민이 계속되면서 나의 소통 방식의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씩 점검할 수 있었다.

 

 지나간 과거의 행동들에서 문제점을 찾았다면 앞으로의 행동에서도 개선할 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책으로 읽은 내용을 현실에 즉각 적용하기란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변화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책이 주는 메시지가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책에서 얻은 교훈을 현실에 완벽하게 적용한 일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사소한 일이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하여 보니 이제는 다른 시선으로 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사건은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됐다. 우리 부부는 얼마 전부터 수영을 배우고 있다. 한 달 전에 수강신청을 하고 첫 강습을 가는 날이었다. 첫날이라서 긴장이 되는 마음도 있고 약간은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들뜬 마음으로 수영장에 도착했는데 와이프가 수영복을 깜빡하고 가지고 오지 않았다고 자기는 오늘 강습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일이 아닌데 부끄럽게도 그 당시에는 조금 화가 났다. 첫 수업인데 어떻게 수영복을 놔두고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 첫 수업인데 나보고 혼자 가라고 말하는 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감정을 100% 숨기지 못하고 내 말투에 좋지 않은 감정들이 묻어 나왔다. 당연히 와이프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소한 일이 있고 갑자기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책에 수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본인에게 불쾌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타인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보다는 본인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이 생긴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내용이 생각나자 그때 느끼던 내 감정의 원천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다. 다시 생각했을 때 와이프는 그 어떠한 잘못도 한 것이 없었다. 그저 깜빡하고 수영복을 놓고 온 것뿐이다. 그런데 왜 나는 그 상황에서 불쾌한 감정이 생겼을까? 거기에 나의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부부가 같이 수영이라는 취미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첫 수업을 기다려왔었다. 그런데 그 첫 수업을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고 무엇보다 첫 수업이라 혼자 가는 것이 다소 창피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즉 모든 것은 순전히 나의 욕구 때문에 생겨난 감정이고 상대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이렇게 느끼고 난 뒤 바로 와이프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내가 느낀 것들과 그 감정의 밑바탕에 있던 내 욕구들까지 세세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이 모든 내용을 '소통 수업'이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며 앞으로도 소통에 있어 배운 내용을 최대한 많이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까지 더했다.

 

 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곧바로 일상생활에 적용했다는 점이 기분 좋았다. 책 한 권을 통해 사람이 완전히 바뀔 수 없겠지만 하나씩 고쳐나가다 보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의 가장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소통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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