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나서 인생을 다시 살아가는 상상을 할 때가 많다. 돈이 부족할 때 옛날로 돌아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상상, 다니는 회사가 너무 힘들어서 예전으로 돌아가 다른 직장을 선택하는 상상, 부끄러웠던 과거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를 하며 그 당시로 돌아가는 상상까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러한 상상을 계속한다는 것은 후회라는 감정이 인간의 본능이지 않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정말이지 인생을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 수 있을 것만 같고, 어떠한 살아야 후회 없이 살 지 어렴풋이 짐작은 가지만 행동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인생의 끝은 죽음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음에도 뭔가 나랑은 관계가 없는 일 같고 아직은 먼 미래에 일이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사람이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후회들'과 같은 제목의 게시글을 봐도 그 당시에는 가슴 깊이 받아들인다 싶어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의 삶에서 단 하나도 변하지 않는 삶을 이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글들을 보고도 전혀 나의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일단 죽음이라는 것이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 글의 출처나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다 보니 쉽게 공감하지 못해서 그렇지 않을까 느낀다. 이 책을 읽을 때 가슴이 뜨거워지고 한 글자도 놓치기 싫어 마치 글자를 눈으로 꾹꾹 누르듯이 읽어 나간 것은 책의 지은이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알았을 때 하시는 말씀들이 너무나도 진정성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지은이인 김혜남 님은 명문대 의과대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 전문의로 활동하신 이력을 가지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인생이고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이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마흔세 살의 나이에 몸이 점점 굳어 가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다. 보통 파킨슨병에 걸리고 나면 15년 정도가 지난 후에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마흔세 살이라는 나이에 진단을 받고 나서 어떠한 기분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는 것처럼 김혜남 님 또한 세상을 원망하게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찾아오는지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다 문득 아직 자신은 죽은 것이 아니며 누워 있는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하고 싶지만 미뤄 둔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을 읽을 때 계속해서 내 상황을 대입해서 읽으려고 노력하였다. 참 부끄러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은 내가 지금 그대로 행하고 있었고 했어야 하는 것은 그대로 행하고 있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된 책이다. 왜 이렇게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살아갈까, 일어난다고 해도 내 의지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난 왜 이렇세 걱정이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내용을 다 감명 깊게 읽었지만 온갖 걱정으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는 글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책을 읽을 때 빌려서 읽는 것보다는 직접 구입해서 읽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구입하는 책이 늘어날 수록 책장 정리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가끔씩 책장을 정리할 때 분야별로 정리를 함과 동시에 다시 읽을 책들은 따로 분류를 하는데 이 책은 앞으로 평생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책장에 꽂아 두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대해 글을 남길 때 엄청나게 많은 글을 쓰겠다 생각했는데 책에 있는 좋은 문구를 옮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삶의 방향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마다 마음에 울림을 주기 위해 다시 꺼내 읽을 책이다. 아마 올해 읽은 책 중에 앞으로 가장 많이 다시 읽을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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