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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by 김억지 2023. 8. 20.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책으로 높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이다. 책을 구입한 것은 한참 예전인데 그때는 그저 이 책이 유명하다는 이유로 구입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원했던 내용은 아니어서 앞부분만 조금 읽고 책장에 방치를 해두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책장에 꽂혀있는 책 중에 안 읽은 책이 있을까 하고 둘러보다가 이 책이 눈에 딱 들어왔다. 주문한 책은 아직 오지 않았고 딱히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없어서 읽게 되었다.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의 의미가 매우 궁금했는데 책 제목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모두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들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이 때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책을 도끼에 비유한 이 문구를 읽고 독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 책은 저자 독법에 대한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본인이 읽었던, 자신에게 도끼가 되었던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서 느꼈던 점들과 본인만의 독법을 소개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독서가 가지는 가치와 장점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말을 새겨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독법과 비교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참 내가 잘못된 독서를 해왔구나 느끼게 된다. 지금까지 그저 읽는 것이 재밌으면 그만이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책을 읽어왔는데 저자는 문장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책의 표현대로 '촉수가 예민한' 사람이다. 그에 반해 나는 아주 무뎌진 촉수로 책을 읽어왔다. 단순히 줄거리를 따라가는 정도로만 책을 읽었지 그 속에 담겨있는 작은 의미까지 발견하는 독법은 갖추지 못하였다.

 

특히 소설을 읽을 때는 정말 스토리의 재미만을 느끼면서 읽었는데 저자의 독법은 소설에서도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운다. 나도 정말 좋았던 책은 다시 읽곤 하는데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나 소설은 한 번도 다시 읽었던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저자가 소설을 여러 번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을 보고 내가 너무 독서량을 높이는 데만 치중한 것은 아닌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다독가도 아닐뿐더러 독서라는 행위를 자랑거리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지적 허영심 때문인지 독서량에 집착을 한 것 아닌지 후회가 된다. 처음에는 집중해서 읽다가도 후반부에 가서 흥미가 떨어지면 빨리 읽고 치우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깊이 있는 독서를 했다면 예민해질 수 있는 내 촉수가 그런 과정에서 무뎌졌을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도 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이나 오스카 와일드의 책을 읽고 나면 촉수가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혹은 없던 촉수가 생겨가는 느낌인데요. 세상의 흐름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내 인생을 온전하게 살고 싶어요. 오늘의 날씨,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 하나 흘려보내지 않고, 사람과의 만남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으면 해요.

독서는 그저 나의 즐거움을 위한 취미라고 생각을 해서 독서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과 얘기를 나누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독서 무용론' 같은 얘기를 들으면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그냥 나는 내가 재밌어서 읽는 거니까. 그런데 앞으로 누군가가 책을 왜 읽냐고 묻게 되면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서가 가지는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 독서가 좋다는 건 알겠는데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사람, 또는 책을 많이 읽고 있지만 본인의 독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사람에게 정말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좋겠다고 느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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