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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by 김억지 2023. 4. 3.

 

 '상실의 시대'를 읽고 난 후 책의 저자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서 검색하던 중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가 '다자이 오사무'라는 것을 보고 알게 된 책이다. '요조'라는 주인공이 스스로를 '인간 실격'으로 말할 때까지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수기 형식의 작품이다.

 

 별다른 배경 지식 없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책의 저자인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이해하며 읽었다. 하지만 책에 포함된 해설에 따르면 지나지게 자전에 결부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이 책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의 나약함 등은 저자의 경험과 생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이 완전한 허구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면 그가 살아온 성장 과정이나 생애를 이해하는 것이 작품 해설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을 한다. 1909년 일본의 부유한 집안의 11남매 중 열째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다자이 오사무는 본인의 출생과 관련하여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살아갔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학 진학 후 좌익 운동에 가담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실들은 '인간 실격'의 주인공 '요조'와 일치하는 점이 매우 많다. 

 

 또한 작품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다자이 오사무는 진통제에 중독되어 본인이 원치 않는 정신병원 입원을 경험하면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느낀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는 생애 다섯 차례의 자살 기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동반 자살을 기도하다가 본인만 살아남은 적도 있어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 책이 발간된 시기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였기 때문에 일본의 젊은이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책의 해설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사회가 격변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질 때, 온갖 허위와 위선을 타파하고자 '혁명'을 지향하다 기존의 두꺼운 벽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절감한 자가 목숨을 걸고 자기 파멸로 치다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것이다. 패전 후 어제까지 침략 전쟁을 성전(聖戰)으로 옹호하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영생을 얻는 길이라고 떠들어대던 지도층 인사들이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민주주의를 논하고, 공산당 인사들까지도 점령군 통치하에 '주어진 자유'에 도취할 때, 다자이는 맨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을 만큼 한없이 부끄러웠던 것이다. 모든 가치관, 윤리관이 전도된 패전 후 문학의 첫 페이지에 다자이, 사카구치 같은 부끄러워할 줄 아는 작가들이 놓인 것은 그나마 일본 근대 문학사에 있어 다행한 일이라고 하겠다.

 100% 자전적 소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주인공 '요조'에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를 투영하여 해석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작가가 어떠한 목적으로 이 책을 썼는지, 또는 이 책의 교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 책에 대한 여러 글들을 찾아서 대중적인 해석과 나의 생각을 일치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인간의 나약함, 타인의 위선,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이렇게 잘 표현한 작품은 보질 못했다.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타인의 위선을 속으로만 생각했지 그걸 말로 꺼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비록 소설책이지만 추악한 내 속마음이 들킨 듯한 느낌도 들 때가 있었는데 기분 나쁘지만 한편으로는 속이 시원한듯한 묘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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