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읽었던 책중에 매우 인상 깊게 읽은 책이 있다. '프레임'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내용이 재밌을 뿐만 아니라 쉽게 읽혀서 독서의 즐거움을 충분히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똑똑하신 분이길래 이렇게 좋은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다 읽은 다음에 저자인 서울대학교 최인철 교수님에 대해 따로 검색을 해봤을 정도이다.
이번에 읽은 '생각의 지도'라는 책을 읽는데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책의 저자는 '리처드 니스벳'이라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교수인데 여러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각종 실험들을 소개한다. 그러면서 그 실험을 같이 수행한 학생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최인철'이라는 학생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책의 옮긴이 또한 '최인철'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가면서 프레임의 저자 '최인철 교수'님과 생각의 지도에 등장하는 '최인철 학생', '옮긴이 최인철'이 동일인물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완독을 하였다.
'생각의 지도'는 동양과 서양에 존재하는 사고의 차이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책이다.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굳이 떠올리자면 동양은 서양보다 집단적인 성향이 강하고 서양은 동양보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정도였을 뿐이다. 이 책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해 아주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각종 실험결과를 근거로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실험결과들의 내용이 매우 흥미로워서 깊게 몰입해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점 한 가지는 매우 중립적인 관점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에 대해 서술한 것이었다.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님은 미국 미시간대학교의 교수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자세하게 알진 못해도 아마 미국 최고의 교육과정을 밟은 서양인 엘리트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으며, 각종 실험 결과를 근거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 차이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중립적인 관점에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관점으로 치우지게 되곤 했지만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중립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재밌게 읽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들일 것이다. 책에는 수많은 실험이 언급되는데 독자도 실험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실험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지금 책을 이 순간 내가 느끼는 그대로 선택지를 고르고 나서 이어지는 실험의 결과를 보면 내가 어김없이 대다수의 동양인이 고르는 선택지를 고른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고른 선택지가 당연하고 타당하게 느껴졌는데 대다수의 서양인들은 반대의 선택지를 주로 골랐다는 것이 잘 믿기지 않기도 했다.
이런 실험 결과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지만 이러한 차이에 대한 근거 또한 설득력이 있어서 더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단순히 원인에 대해 아는 것을 넘어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동양적인 사고의 한계를 깨트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자녀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의 역할에 따라 자녀의 사고가 확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 늙은 나는 필요 없겠지만 본인만의 사고방식을 정립해 나가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마지막 부분까지도 인상 깊었는데 동양이 서양의 사고방식에서 배울 점과 서양이 동양의 사고방식에서 배울 점을 얘기한다. 어떻게 보면 결론이라고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는데 동양적인 사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어떤 사고방식을 배양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이 미래에 충돌한 것인지, 아니면 통일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말하고 있다. 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읽고 난 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때문에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은 차이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었지만 문화 차이가 수렴하고 있는 여러 근거들을 보면 저자의 의견대로 낙관적으로 생각해도 무리는 아니겠다고 느꼈다.
책에 등장하는 '최인철 학생'이 프레임의 저자인 최인철 교수님과 동일인이라는 것을 깨달은 시점부터 이 책은 나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 되었던 것 같다. 좋은 책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이미 유명한 책이라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추천을 하는 것도 의미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음으로써 지적 허영심이 채워지는 것뿐만 아니라 순전히 독서 그 자체가 즐거웠던 책이다. 책이 그렇게 두껍지 않았기도 했지만 이틀 만에 다 읽을 정도로 몰입이 되었다. 이렇게 책이 잘 읽혔던 이유에는 내용이 흥미로운 것 외에도 번역이 잘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옮긴이 최인철 교수님은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와 여러 실험을 같이했기 때문에 번역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두말할 것도 없고 리처스 니스벳 교수와 최인철 교수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이러한 부분도 독서의 재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이 책 외에 다른 작품들이나 강의 영상이 있으면 찾아봐야겠다.
'일상과 취미 > 독서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 군중심리 - 귀스타브 르 봉 (0) | 2023.05.26 |
---|---|
[독서]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0) | 2023.04.03 |
[독서]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0) | 2023.03.20 |
[독서]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 (0) | 2023.03.13 |
[독서] 팩트풀니스,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 (0) | 2023.03.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