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꽤 많은 에세이를 읽으려고 시도했지만 완독한 책은 많지 않다. 다소 오그라드는 SNS 감성의 예쁜 글로만 채워진 에세이는 아무리 읽는 재미를 발견하려고 해도 매번 실패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에세이도 읽는 것이 힘들어 포기한 경우가 많다.
읽다가 포기하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오랜만에 글이 마음에 들어 끝까지 읽은 에세이가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이다. 예전에 이석원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2인조'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보통의 존재'라는 작품 또한 글을 억지로 짜내거나 독자에게 감성을 강요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석원 작가의 모든 작품을 재밌게 읽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이라는 작품은 취향에 맞지 않아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였다. 에세이는 작가가 누군지에 따라 글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같은 작가가 쓴 작품들은 모두 마음에 들 것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통의 존재'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이석원 작가가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성격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 삶의 사소한 것들에서 발견된다. 분명히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경험들인데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겪은 사소한 일들을 통해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말하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것이 바로 글이 가지는 매력이자 힘이라 생각한다. 생각과 경험을 글로 공유하면서 마치 작가와 독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선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글에 공감하면서 나의 느낌과 생각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얼마간의 안도감도 느끼면서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른 사람의 글로 접할 때 해방감마저 들기도 한다.
그동안 수많은 에세이를 읽으면서 중도에 포기했지만 이번에 읽은 이석원 작가의 '보통의 존재'를 읽으면서 나의 독서 테두리 안에 에세이를 그대로 넣어둘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담백하면서도 억지가 느껴지지 않는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릴랙스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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