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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신경 끄기의 기술 - 마크 맨슨

by 김억지 2024. 6. 30.

 

 가끔씩 이런 상상을 한다. 신경을 끄는 스위치가 있다면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바로 스위치를 꺼버리고 푹 쉴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 신경을 끈다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신경을 끄려고 할수록 생각이 계속해서 떠오르며 그에 따라 불안하고 초조해질 때가 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제목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들에 대해 신경을 쓰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 본 경험 때문에 이 기술을 터득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이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

 

 왜 그럴까? 수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저자는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이 앞날을 터무니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몰아간다'라고 말한다. 항상 우리는 부족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로 인해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것들에 대해 신경을 쓰며 살아간다.

 

자기계발과 성공은 종종 같이 붙어 다니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단어가 같은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의 세상은 사람들이 앞날을 터무니없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도록 몰아간다. 더 행복하게. 더 건강하게. 모두를 뛰어넘어 최고가 돼라. 더 똑똑하게, 더 빠르게, 더 풍족하게, 더 섹시하게. 더 인기 있고, 더 생산적이며, 더 부러움을 사고, 더 존경받으라. 완벽하고 놀라운 사람이 돼라. 매일 아침 완벽한 배우자와 아침식사를 하고, 자녀들에게 뽀뽀하고 손을 흔든 뒤, 전용 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만족스러운 직장에 가서, 깜짝 놀랄 만큼 중요한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라.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에 관해 사람들이 흔히 떠들어 대는 조언-긍정과 행복으로 가득 찬 자기계발 요령-은 사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조언은 개개인이 이미 자신의 결점과 실패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을 파고들어, 그것에 몰두하게 한다.

(중략)

세상은 우리에게 입을 모아 외친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선, 더 나은 직업과 더 튼튼한 차와 더 멋진 애인 그리고 더 넓은 집을 가져야 한다고. 더 사고, 더 소유하고, 더 만들고, 더 섹스하고, 더 오래 살라고. 이런 메시지에 끊임없이 폭격당한 결과, 우리는 시종일관 모든 것에 신경을 쓰게 된다. 새로 나온 TV에 신경 쓰고, 직장 동료보다 더 멋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신경 쓰고, 집을 꾸미느라 신경 쓰고.

 

 '메시지에 끊임없이 폭격당한다'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사람들을 모습을 보면 다들 큰 고민이나 문제없이 잘 사는 것 같고, 그들에 비하면 나의 삶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내가 가진 것들이 부족해 보이고 내 삶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사소한 문제들마저도 크게 느껴지곤 한다.

 

 이러한 모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가 마치 경쟁하듯이 서로의 삶을 뽐내기에 바쁘다. 부족하거나 불행한 모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거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이로운 소비문화와 '야, 내가 너보다 멋지게 살아!'라고 외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대가 불안, 공포, 죄책감 등과 같은 부정적 경험을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페이스북 피드를 보라. 모든 이가 끝내주게 멋들어진 한때를 보내고 있다. 어라, 이번 주에 8명이 결혼했네! TV에서는 고등학생이 생일선물로 페라리를 받는다. 어떤 아이는 화장실에 휴지가 떨어졌을 때 자동으로 휴지를 배달해주는 앱을 발명해서 200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그런데 당신은 어떤가? 집안에 틀어박혀 고양이 오줌이 묻은 모래나 갈아주고 있다. 이러니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생각은 안 할 수가 없다.

 

 저자는 우리가 죽기 전까지 쓸 수 있는 신경은 한정적이므로 사사건건 신경을 쓴다면 험한 꼴을 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신경 끄기의 기술이 필요하며, 신경을 끈다는 것은 개인적 가치관에 기초하여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 신경 끄기 기술이 있다. 어이없는 발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고, 나를 멍청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전하는 말의 골자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자기 생각에 집중해서 우선순위를 매길 것인가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하면 정교하게 다듬은 개인적 가치관에 기초해 자신에게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선별할 것인가를 전하는 거다. 이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평생을 연습하고 단련해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게다가 실패를 밥 먹듯이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해볼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쟁이자 유일한 투쟁일 것이다.

 

 그렇다면 신경 끄기의 기술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사실 질문에 대한 명확하고 획기적인 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신경을 끄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단지 그것이 쉽게 되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은 신경을 끌 수 있도록 단련하는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조언들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어보면 지금까지의 자기계발서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고 느끼게 된다. 해피엔딩은 동화에나 나오는 것이라고 말하며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라고 얘기한다. 또한 자신이 특별하다거나 남다르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하며, 자기의 정체성을 좁고 휘기한 것으로 규정할수록 더 많은 삶의 요소들이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신경 끄기의 기술을 터득하는데 필요한 마음가짐들을 말해주는데 매우 현실적이며 직설적인 말들이 가득하다. 결국 우리가 신경을 끌 수 없는 것은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강박증은 내 삶이 완벽해야 하고, 인생은 고통 없이 행복으로만 가득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 신경 끄기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신경 끄기의 기술은 책 한 권으로 쉽게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쉬운 기술이 아니다. 저자의 말대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며, 평생을 연습하고 단련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술을 바로 습득하진 못했지만 어떠한 마인드로 살아야 할 지 가이드라인이 잡힌 느낌이다. 지금 수많은 신경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인지하였고, 그러한 원인들이 잘못된 생각이라면 스스로 단련하여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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