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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취미/독서 기록

[독서] 풍수전쟁 - 김진명

by 김억지 2023. 7. 16.

 
공식적인 설문조사는 없겠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본다면 김진명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집필한 수많은 작품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작가가 보여준 문제의식들은 사회의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하였다. 많은 사랑을 받는 대중소설가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겠지만 김진명 작가에 대한 비판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때문에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느낌을 받는데 책장을 덮을 때 스스로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었다. 소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픽션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실제 사건이나 인물, 지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하도록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가 종종 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작가의 정치색이 드러날 때가 있고 애국주의적 관점이 너무 강하게 표현될 때가 있어 이를 비판하는 독자도 존재한다.
 
나 또한 김진명 작가의 작품은 거의 다 읽었을 정도로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유년시절 어머니께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책을 읽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 읽기 힘든 장편소설을 몰입해서 읽었던 것을 시작으로 출간하는 책은 대부분 직접 구입을 해서 읽었다. 예상하지 못한 전개, 흡입력 있는 문체 등 그의 소설을 흥미를 느끼기게 충분하다. 이번 소설 '풍수전쟁' 또한 최근에 읽은 소설책 중 가장 몰입해서 읽었다고 느낄 정도로 흥미롭게 읽었다. 
 
소설은 대통령에게 발송된 메시지 하나로부터 시작한다. '나이파 이한필베', 마치 주술 주문과도 같은 이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찾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는데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상했던 주술 주문은 아니었지만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이 문구를 시작으로 수많은 문제의식이 표현된다. 
 
'나이파 이한필베'라는 말의 의미가 밝혀진 뒤 '회신령집만축고선'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밝히기 위한 주인공들의 여정이 묘사된다. '나이파 이반필베'는 예상과는 달리 단순한 의미였으나 '회신령집만축고선'은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결코 적지 않았다.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던 이 말의 의미가 밝혀졌을 때 응어리가 풀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작품에 대한 비판의식 또한 같이 일어나게 되었다.
 
김진명 작가를 비판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음모론 작가'이다. 소설이지만 현실을 반영한 듯한 작품 때문에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마치 논픽션을 읽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작품 속의 내용이 현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김진명 작가는 학계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을 작품 속에 녹여낸다. 물론 독자 스스로 비판의식을 가지고 작품을 읽어야겠지만 이러한 작가의 성향은 많은 사람들이 김진명 작가를 '음모론 작가'라고 말하는 이유가 된다.
 
'회신령집만축고선'의 의미가 밝혀졌을 때 이 문제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실제로 많은 논쟁이 있는 주제였는데 아직까지는 소설의 내용이 학계의 정설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논쟁이 있는 주제를 소설로 가져오는 것 또한 작가를 향한 비판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외에도 작가의 정치색이 느껴지는 부분 또한 다소 불편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소설에서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을 정도로 그의 작품에서 작가의 정치적 견해가 느껴지곤 한다. 소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특정 정치인의 실물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가 묘사하는 인물이 실제로 누구를 의미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현실 세계와 설정이 비슷했다.
 
이번에 읽은 '풍수전쟁'이라는 소설은 대중이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와 많은 사람이 비판하는 이유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단순히 소설을 읽는 재미만을 느끼고 작가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선에서 읽기에는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하지만 비판의식 없이 소설 속의 내용이 현실에 가깝다고 받아들인다면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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